작년부터 추석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예전에는 가장 먼저 제사 준비를 생각했습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전을 부치고, 제사상을 차리고….
명절은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준비해야 할 일이 참 많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우리 가족은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습니다.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 한편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제사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형식 자체보다 먼저 떠나신 가족을 기억하고, 지금 함께 있는 가족들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사상 대신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

그래서 요즘 우리 가족의 추석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온 가족이 바쁘게 움직이는 대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먹고 싶은 음식을 함께 먹으며 오붓하게 식사를 즐깁니다.

누군가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고생하고,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는 명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명절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뭐 먹을까?”
“어디에서 식사할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명절 준비가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준비할 것은 줄었지만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오히려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잊은 것은 아닙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버지 기일이 되면 납골당을 찾아갑니다.

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잠시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살아계실 때 함께했던 기억, 해주셨던 말씀, 그리고 지금의 가족을 바라보며 문득문득 생각나는 아버지의 모습….

화려하게 차린 제사상은 없지만 그곳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예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형식에 쫓기지 않고 조용히 아버지를 생각하다 보면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명절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제사는 매우 중요한 가족문화였습니다.
그 전통 덕분에 명절이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고, 조상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의미까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가족은 예전처럼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내고,
어떤 가족은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고,
또 어떤 가족은 성묘나 납골당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가족끼리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 방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가족을 기억하는 마음과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일 테니까요.

이제 저에게 추석은…

작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서 저에게 추석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먼저 떠난 가족은 마음으로 기억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과는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는 날.

그것이 요즘 제가 보내는 추석입니다.

음식을 조금 덜 준비하고, 형식을 조금 내려놓으니
가족의 얼굴을 바라볼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기일이 오면 늘 그랬듯 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생각입니다.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기억은 계속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제사의 형식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 않는 마음과 지금 함께하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제사상보다 가족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명절을 보내보려 합니다.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