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은퇴가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마련하고….
그때는 노후 준비라고 하면 막연히 “돈을 많이 모아놓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은퇴가 가까워지고 실제로 주변의 은퇴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노후에 중요한 것은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 못지않게 매달 얼마가 들어오느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은퇴 후의 행복을 위해서는 연금이 정말 중요하구나.
은퇴하면 월급은 멈추지만 생활비는 멈추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매달 월급날이 돌아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관리비도 내고, 장도 보고, 외식도 하고, 여행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하는 순간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월급이 사라진다는 것.
그렇다고 생활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먹고사는 비용은 물론이고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자동차 유지비가 계속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에 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친구들과 식사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손주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습니다.
은퇴했다고 삶까지 은퇴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5억 원이 있는 것과 매달 300만 원이 들어오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은퇴할 때 통장에 5억 원이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큰돈입니다.
하지만 매달 생활비로 그 돈을 꺼내 쓰기 시작하면 마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달에 300만 원을 쓰고 다음 달에도 300만 원을 쓰면 통장의 숫자는 계속 줄어듭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돈으로 앞으로 몇 년을 살아야 하지?”
반대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에서 매달 일정한 금액이 들어온다면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통장에서 돈을 계속 꺼내 쓰는 것과 매달 생활비가 다시 들어오는 구조는 노후생활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 월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회사에서 주는 월급은 끝납니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스스로 ‘두 번째 월급’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국민연금 + 퇴직연금 + 개인연금입니다.
각 연금은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의 한 축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며 쌓은 퇴직연금이 그 위에 더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이 준비한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 등의 개인연금이 있다면 노후의 현금흐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금 상품을 무조건 많이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은퇴 후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하고, 그중 얼마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을까?”
를 계산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내가 원하는 노후생활비’를 생각해보기
연금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국민연금을 얼마 받을까?”
부터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저는 순서를 조금 바꿔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내가 원하는 노후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집에서 조용히 생활하는 노후와 일 년에 두세 번 해외여행을 다니는 노후는 필요한 돈이 다릅니다.
외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르고, 자녀나 손주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또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부부가 은퇴 후 원하는 생활을 생각하고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정도 필요한지 계산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원하는 생활에 월 350만 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에서 월 250만 원이 나온다면 부족한 금액은 월 100만 원입니다.
그러면 질문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은퇴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라는 막연한 걱정이
“월 100만 원의 부족한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까?”
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연금은 돈의 문제이면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은퇴 후 행복을 생각하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적인 안정감입니다.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매달 기본적인 생활비가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때 돈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
친구가
“다음 달에 제주도 갈래?”
했을 때 여행비 때문에 먼저 걱정하기보다 즐겁게 계획할 수 있고,
손주에게 무언가 사주고 싶을 때도 부담이 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내 생활을 내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노후의 중요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금만 준비하면 될까?
물론 아닙니다.
연금은 노후 준비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살 집도 필요하고, 비상자금도 있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나 큰 지출에 대비할 자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건강입니다.
돈이 충분해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여행을 다니기도 어렵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준비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건강 + 연금 + 관계 + 할 일
이 네 가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행복한 노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요.
이제는 자산보다 ‘현금흐름’을 점검해볼 때
50대 이후라면 한 번쯤 종이에 적어보면 좋겠습니다.
내 국민연금은 몇 살부터 얼마가 나오는지.
퇴직연금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개인연금은 얼마나 있는지.
은퇴 후 필요한 월 생활비는 얼마인지.
그리고 매달 부족한 금액은 얼마인지.
막연히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이렇게 숫자로 적어보는 순간 준비해야 할 것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저도 이제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행복하게 오래 살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하게 걷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것도 배우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삶.
그런 삶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만큼이나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매달 나오는 연금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은퇴는 ‘돈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돈이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는 삶’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번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은퇴 후 매달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이것이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