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엊그제까지 꼬맹이 같았던 딸과 아들이 어느새 결혼을 하고, 이제 나는 손주와 알콩달콩 하루를 보내는 젊은(?) 할미가 되었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 손주를 돌보는 것도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손주와 함께 지내보니 참 많이 다르다.
아이를 키울 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는데, 손주를 키우는 지금은 하루하루가 추억이 된다.
왜 그럴까?
그때는 왜 그렇게 바빴을까?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늘 시간이 부족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 할 일이 끊이지 않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 보니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날이 많았다.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걱정했고, 아프면 밤새 마음을 졸였다.
조금 크면 공부 걱정, 학교 걱정….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마음 한쪽에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자라는 그 예쁜 순간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봤어도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손주는 조금 다르다
손주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느긋해진다.
밥을 조금 흘려도,
장난감을 온 집안에 늘어놓아도,
같은 책을 몇 번씩 읽어달라고 해도….
예전보다 기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한 번 아이를 키워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걷기 시작하면 금방 뛰어다니고, 말을 시작하면 어느새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시간은 정말 빠르다.
그래서 지금은 손주의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할머니가 되고 나서 다시 배우는 것
손주와 지내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도 많다.
길을 걷다가 작은 돌멩이 하나를 발견하고 한참 들여다보는 모습.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추는 모습.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잠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행복이라는 게 꼭 대단한 것은 아니구나.’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딸과 아들에게 못 해준 것까지
손주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도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줬었나?’
물론 그때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기억나지 않는 순간도 많다.
그래서인지 손주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주고, 같이 산책하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 속에는 내 아이들에게 미처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고 느끼는 마음까지 조금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손주를 키우는 것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선물
중년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예전에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그런 시간도 중요하다.
그런데 막상 손주와 함께 살아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이 생겼다.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잡아주는 것.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순간들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물론 손주를 돌보는 일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날도 있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서 손주를 사랑하는 것과 내 삶을 잘 지켜가는 것,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좋은 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젊은 할미는 손주와 함께
아이를 키울 때는 빨리 컸으면 했다.
그런데 손주를 보면서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조금만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 작은 손과 웃음소리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앞으로 이 블로그에 손주와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를 하나씩 남겨보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었던 날도,
함께 나들이했던 날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굴 놀았던 날도….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이 글들을 다시 읽으며,
“그때 참 행복했구나.”
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젊은 할미의 손주와 함께하는 하루는 계속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