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추석은 참 기다려지는 날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고,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날이었지요.
젊었을 때는 또 달랐습니다.
명절을 준비하고 가족을 챙기느라 추석의 의미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추석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추석은 ‘결실’보다 ‘감사’를 생각하는 시간
추석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고 풍요에 감사하던 명절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풍요’라는 말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이 갖는 것이 풍요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
함께 식사할 가족이 있는 것,
안부를 물을 친구가 있는 것,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어쩌면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풍요가 아닐까요?
어느 순간 부모님의 자리에 내가 앉아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세월의 흐름을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을 따라 고향을 찾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가족을 맞이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그 아이들이 다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찾아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세대가 지나가고 또 다른 세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추석은 단순히 가족이 모이는 날을 넘어 ‘우리 가족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날’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름달을 보며 인생을 생각합니다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보름달입니다.
가득 찬 보름달을 바라보면 문득 우리의 인생도 달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은 언제나 둥글지 않습니다.
차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쁜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으며, 얻은 것도 있었고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름달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바라기보다 지금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먼저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
추석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님과 아빠도 생각이 납니다. 그 분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생각이 납니다. 있을 때 잘할 걸…..매번 후회도 해 봅니다.
예전에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마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릴 수도 있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추억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 역시 추석의 의미가 아닐까요.
인생 후반의 추석에는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명절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누구와 보내고 싶은가?
그리고 그 사람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고 싶은가?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가끔 뒤를 돌아보고 주변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것 또한 나이가 들어 얻는 선물인지 모르겠습니다.
풍요로운 인생이란
추석을 맞으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풍요로운 인생은 많이 가진 인생이 아니라
감사할 사람이 있고,
함께할 사람이 있으며,
지나온 시간을 따뜻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인생이 아닐까요.
올해 추석에는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 생각하기보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한번 천천히 바라보려고 합니다.
가족, 친구, 건강, 일상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해 준 소중한 인연들.
어쩌면 추석은 우리에게 매년 한 번씩 이렇게 말해주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행복을 잊지 마세요.” (손주때문에 나날이 감정이 풍부해집니다^^)
올해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