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이 저에게는 작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모리본(Moribon)입니다.
윤남노 셰프의 추천을 보고 알게 된 곳인데, 셰프가 추천하는 음식점이라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화려하고 유명한 식당보다는 동네에 숨어 있는 오래된 맛집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범상치 않았던 모리본

모리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에 붙어 있는 손글씨였습니다.
“주택가라서 밤 10시까지 영업합니다. 항상 조용히 부탁드려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늘 추천 요리’가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정형화된 메뉴판보다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재료에 따라 음식을 내놓는 작은 일본 선술집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모리본은 사시미와 생선구이, 튀김, 라멘, 우동 등 메뉴가 상당히 다양한 일식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주문할지 한참 고민하게 되는 곳입니다.
일본 고구마소주 ‘모스케’와 함께

이날 음식과 함께 주문한 술은 일본 고구마소주 ‘모스케(茂助)’였습니다. 얼음도 많이 제공되었어요. (무한리필 가능합니다)
가고시마에서 만드는 본격 고구마소주로, 사시미나 생선요리와 함께 천천히 즐기기 좋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고구마소주를 스트레이트뿐 아니라 온더록이나 물을 섞어 마시는 방식으로도 즐깁니다. 제조·판매사에서도 모스케는 온더록이나 온수 희석을 추천하며 사시미와도 잘 어울리는 술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게알이 듬뿍 올라간 성게모듬사시미

오늘의 메인 디쉬는 역시 성게모듬사시미였습니다. (60,000원)
긴 접시 위에 여러 종류의 생선회와 새우, 문어 등이 보기 좋게 담겨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위쪽에 넉넉하게 올라간 성게알(우니, 雲丹)이었습니다.
성게알은 일본에서는 흔히 ‘우니(うに)’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흔히 성게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먹는 부분은 성게의 생식소에 해당합니다.
좋은 성게알을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지고, 이어서 바다 특유의 향과 은은한 단맛, 감칠맛이 퍼집니다. 그래서 흰살생선처럼 담백한 회와 함께 먹으면 성게알의 진한 풍미가 더해지고, 반대로 참치나 연어처럼 맛이 풍부한 생선과 먹으면 또 다른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성게알은 신선도와 산지, 계절에 따라 맛의 차이가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식재료입니다. 종류에 따라서도 색과 크기, 단맛과 풍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성게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날 어떤 성게가 들어왔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작은 재미입니다.
저는 한 종류의 회를 많이 먹는 것보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사시미를 조금씩 맛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점씩 맛을 비교하다가 중간에 성게알을 함께 먹으니 같은 사시미도 훨씬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곁들여진 감태에 싸서 먹으면 정말 환상적입니다.
특히 이날 함께 주문한 일본 고구마소주 모스케(茂助)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사시미 한 점, 성게알 한입, 그리고 소주 한 모금.
천천히 먹다 보니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즐기는 저녁이 되었습니다.
문어도 따로 맛보았습니다

피문어 숙회 한 접시 (18,000원)도 주문했습니다.
얇게 썬 문어에 채소를 곁들여 내어 보기에도 깔끔했습니다.
문어는 제가 좋아하는 해산물 중 하나입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특유의 식감 때문에 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앞서 망원동 뽀요베리에서도 문어요리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익힌 문어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고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는 것이 음식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15,000원에 이 정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속초 단새우 사시미와 머리튀김

이날 먹었던 메뉴 중 가격 대비 만족도가 특히 높았던 것은 속초 단새우 사시미와 머리튀김이었습니다.
가격은 15,000원.
처음에는 가격을 보고 가볍게 곁들이는 정도의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새우 사시미는 이름 그대로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습니다. 차갑고 부드러운 단새우를 먼저 사시미로 즐긴 뒤, 머리는 바삭하게 튀겨 내어 전혀 다른 맛과 식감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한 가지 재료를 버리지 않고 두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몸통은 부드럽고 달콤한 사시미로, 머리는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으로 먹으니 같은 단새우인데도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가격입니다.
요즘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15,000원에 단새우 사시미와 머리튀김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재료와 구성, 플레이팅까지 생각하면 제가 이날 주문한 메뉴 가운데 가격 대비 퀄리티가 특히 좋다고 느낀 메뉴였습니다.
모리본에 다시 간다면 저는 이 메뉴를 또 주문하고 싶습니다.
“모리본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속초 단새우 사시미와 머리튀김을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미머리구이를 보니, 내가 잡았던 참돔이 생각났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고 있을 때 도미머리구이가 나왔습니다.
큼직한 도미 머리가 접시 위에 놓이는 순간, 저는 음식보다 먼저 예전에 바다낚시를 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낚시를 좋아해서 바다에 나가 직접 물고기를 잡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참돔을 잡았던 날입니다.


바다에서 막 올라온 참돔은 참 아름다운 생선입니다.
햇빛을 받으면 붉고 은은한 분홍빛 비늘이 반짝이고, 힘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식탁에서 보던 생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직접 낚싯대를 잡고 기다리다가 참돔이 물었을 때의 손맛, 그리고 물 위로 올라온 참돔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렸을 때의 기분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리본에서 도미머리구이를 보니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다에서 이렇게 아름답던 참돔이 요리사의 손을 거치면 또 이렇게 훌륭한 음식이 되는구나.’
도미는 살도 맛있지만 머리와 볼 주변에 붙어 있는 살도 별미입니다. 젓가락으로 뼈 사이의 살을 하나씩 발라 먹다 보면 생각보다 먹을 부분이 많습니다.
화려한 성게알 모둠사시미나 달콤한 단새우와는 또 다른, 구운 생선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천천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직접 참돔을 잡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날의 도미머리구이는 단순히 메뉴 하나를 먹는 것 이상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바다에서 직접 잡았던 참돔과 모리본에서 만난 도미머리구이.
전혀 다른 시간과 장소의 두 장면이 ‘참돔’이라는 하나의 음식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가끔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과 연결된 기억이 더 오래 남기도 합니다.
저에게 이날의 도미머리구이가 바로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한 접시의 음식이 오래전 바다의 기억까지 다시 꺼내준 순간이었습니다.
유명한 식당보다 이런 동네 맛집이 재미있습니다
이번 모리본 방문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주택가에 자리한 작은 식당, 손으로 직접 적은 오늘의 메뉴, 사케, 다양한 생선요리….
모든 것이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개성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면 비슷한 인테리어와 비슷한 메뉴를 만날 때도 많습니다.
반면 모리본 같은 곳에서는 “오늘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실제로 공개된 메뉴 정보를 봐도 사시미뿐 아니라 통영우럭구이, 대삼치구이처럼 재료 수급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가 있어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50대 이후,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또 다른 즐거움
젊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면,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까지 모두 한 끼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동네에 가서 이런 작은 음식점을 발견하는 것도 여행 못지않은 즐거움이 됩니다.
건강을 생각한다고 해서 언제나 건강식만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적당히 먹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
물론 술도 과하지 않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런 시간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맛있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모리본은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곳이었습니다.
윤남노 셰프의 추천을 보고 호기심으로 찾아갔지만, 다음에는 오늘의 추천 메뉴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궁금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모리본 방문 정보
상호: 모리본 (森本 / Moribon)
주소: 서울특별시 광진구 긴고랑로15길 6, 1층
전화: 02-6439-9321
지역: 서울 광진구 중곡동
영업: 공개 정보상 17:00~24:00이며, 휴무나 영업시간은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