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손자와 남산 케이블카|낮잠을 늦게 깬 날, 서울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20개월 아기와 함께 살다 보면 하루 일정은 어른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특히 낮잠!

낮잠을 언제 자고 언제 깨느냐에 따라 그날 저녁 일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날도 그랬습니다.

손자가 낮잠을 늦게 자더니 아주 푹~ 자고 늦게 일어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일찍 재우기는 글렀네.’ 😂

그렇다면?

집에서 아기와 씨름하며 긴 저녁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자!

마침 저녁도 먹었겠다,

“우리 아기 서울 야경 보여주러 갈까?”

그렇게 갑자기 결정된 곳이 남산 케이블카였습니다.

낮잠 덕분에 시작된 저녁 나들이

평소 20개월 아기와 외출할 때는 가능하면 낮에 움직이는 편입니다.

저녁이 되면 졸려하고 컨디션도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날은 반대였습니다.

늦은 낮잠 덕분에 저녁을 먹고도 손자는 쌩쌩했습니다.

어른들은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인데 우리 집 20개월 아기는 이제 막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한 느낌이랄까요? 😅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먹고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계획에 없던 외출이 더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손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밤을 보여주는 것.

20개월 아기에게는 케이블카 자체가 놀이입니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러 도착하니 저녁이라 낮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조명이 켜지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활기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케이블카 탑승!

케이블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손자의 눈도 바빠집니다.

아래도 보고,

창밖도 보고,

멀리 보이는 불빛도 바라봅니다.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케이블카지만 20개월 아기에게는 얼마나 신기할까요?

커다란 상자가 하늘로 올라가고,

발아래로 자동차와 건물이 점점 작아지는 경험.

약간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손자에게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기구였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보여주고 싶었던 서울의 야경

케이블카가 올라갈수록 창밖의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어두워진 서울 곳곳에 불빛이 하나둘 반짝이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낮에 보던 서울과는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로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와~ 저것 봐. 반짝반짝하지?”

물론 20개월 손자가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창밖의 수많은 불빛을 바라보는 작은 뒷모습을 보니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야경보다 손자를 보고 있습니다.

손자에게 서울 야경을 보여주러 왔는데,

할머니 눈에는 손자가 더 멋진 풍경입니다.

낮에 오는 남산과 밤에 오는 남산은 달랐습니다

남산은 여러 번 와봤지만 저녁에 손자와 함께 와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낮에는 서울의 건물과 산이 또렷하게 보인다면 밤에는 수많은 불빛이 도시 전체를 채웁니다.

특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야경은 아이에게도 꽤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손자와 함께 있으니 저 역시 익숙했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서울 야경 예쁘네.”

하고 지나쳤다면,

지금은

“우리 아기는 저 불빛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것이 더 궁금합니다.

20개월 아기와 저녁 외출, 역시 변수는 많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를 데리고 하는 저녁 나들이가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기저귀도 챙기고,

물도 챙기고,

간식도 챙기고,

혹시 갑자기 졸려하지는 않는지 계속 살펴봐야 합니다.

20개월 아기와 외출하다 보면 여행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많이 보고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좋은 컨디션으로 한 가지라도 즐겁게 경험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이날도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관광이 아니라

손자에게 케이블카와 서울의 밤을 보여주는 것.

그것만으로 성공입니다.

손자는 오늘 밤을 기억할까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지금 두 살인 손자가 오늘 일을 나중에도 기억할까?

아마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언젠가 커서

“너 20개월 때 할머니랑 남산 케이블카 타고 서울 야경 봤어.”

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손자는 기억하지 못해도 할머니는 기억할 테니까요.

그리고 사진도 남아 있고,

이렇게 글로도 남겨두었으니까요.

언젠가 손자가 커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알게 되겠지요.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구나.’

낮잠을 늦게 잔 덕분에 생긴 추억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남산 나들이가 아니었습니다.

손자가 낮잠을 늦게 깨는 바람에 시작된 즉흥적인 외출이었습니다.

“오늘 밤에는 도대체 언제 자려나….”

싶었던 상황이

“그럼 서울 야경이나 보여주자!”

가 되었고,

그 덕분에 할머니와 손자에게 새로운 추억 하나가 생겼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참 많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정이 틀어졌다고 생각했을 텐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계획이 틀어진 게 아니라
새로운 계획이 생긴 것이라고.

20개월 손자 덕분에 저도 30년 만에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밤의 남산을 걷고,

반짝이는 서울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려고 나왔는데,

정작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사람은 할머니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젊은(?) 할미의 체력은 조금 줄었지만,

추억은 하나 더 늘었습니다. 😊

다음에는 우리 아기에게 또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요?